Christian Review 2014.03 - page 17

손봉호 장로를 처음 만난 건 몇 년 전 지하
철안에서였다. 이따금사회문제나종교문
제에관해코멘트를받기위해통화를한적
이 있지만, 대면은 처음. 자그마한 키에 여
윈얼굴은신문지상이나방송화면을통해서
본 그대로였다. 수인사를 하면서 서로가 반
가워했다. 처음보는것이었지만, 지기를만
난것같은느낌때문이었다.
대학총장과 이사장 등 굵직굵직한 직책에
정부와 공공기관의 자문기관장으로도 활동
한 이력으로 보아 승용차를 타고 다니는 게
당연할것같았던그에게지하철을탄연유를
물으니,“편하고 무엇보다 예측 가능해서 좋
다”는대답이돌아왔다.그래서주로대중교통을이용한단다.
딸깍발이 선비로 알려진 그와의 짧은 만남 중에도 우리는
개신교계 문제에 대한 고민을 나누었다. 그는 개신교의 부
패와사회로부터받는지탄에“무척가슴이아프다”고했다.
그즈음그가지닌가장큰고민중의하나라고도했다. 그리
곤내리는역이달라헤어졌다. 그날그와의짧은만남은그
렇게끝났다.
그런그를다시만났다. 안타깝게도다시만나서나눈얘기
의 주된 부분도 역시 한국교계와 우리 사회의 부패였다. 사
실 그는 이 문제에 관해 일찍부터 목소리를 내고 해결을 위
해실행에옮겨온이였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을 주도했는가 하면, 경제정의실천시
민연합의 공동대표로도 활약하며 교계와 사회의 소금 역할
을해왔다. 그러나그는끝내좌절했다.
대학총장과대학이사장을지냈지만, 그는스스로“실패한
사람”이라고 자평했다. 교인으로서 신앙양심을 가지고는 현
실적으로 한국에서 총장직과 이사장직을 수행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공영방송의 시청자위원장과 정부기관의 감찰위
원장으로서 봉사하면서도 스스로가 생각하는 보편적 상식
이통하지않는것에절망한듯싶다.
그럼에도 그는 올곧게 신앙을 유지하고 있는 듯했다. 곧
은 신앙의 절개를 지키면서 교회와 사회의 불의에 맞서 외
롭게 싸우는 신앙인. 요즘 그의 마음은 그래서 더 아픈 것
같다.
혼돈의 시대, 갈등의 시대, 타락의 시대에 과연 우리는 어
떻게살아야할까? 그는“기본으로돌아가야
한다”고 일갈했다. 기본으로 돌아간다는 것
은무얼말하는걸까?
그의 답은 간단했다. 성직자는 성직자대
로, 나라의공복은공복대로, 기업인은기업
인대로, 청년은 청년대로 본분대로 살아가
는것이라했다.
그러면서그는무엇보다성도의자성과자
각, 그리고 실행을 강조했다. 한때 교계 지
도자들이 우리 사회의 빛과 소금이었던 때
가 있었다. 그들은 사회를 이끌었고 정치가
부정과 부패에 함몰돼 휘청거릴 때, 따가운
질타로 잘못을 바로잡으려 애썼다. 그리고
그 같은 노력은 민주화와 성숙한 시민의식을 고양시키는데
일조했다. 어려운시절구제에앞장선것도개신교였다.
그러나요즘우리교계는그어느때보다부끄러운민낯으
로 사회의 지탄을 받고 있다. 한 대형교회의 원로 목사가 5
년 실형에 수백억 원의 추징금을 구형받아 부패한 교계의
실상을가감없이보여주었다.
대형교회 곳곳에서는 부정한 방법에 의한 목회세습이 공
공연히 자행되고 있고, 그들은“제사장은 세습직”이라는 견
강부회(牽强附會)로변명아닌변명을하고있다. 독실한장
로를 자임하는 한 갑부는 경기도 대부도에 있는 저택을 지
상파 방송에 자랑스럽게 공개했다가, 그 집 인테리어 공사
를하고도대금을받지못했다는군소업자들로부터온라인
상에서 뭇매를 맞았다. 이제 더 이상 개신교의 개혁을 기대
하는건삶은콩에싹나기를기다리는부질없는짓인가!
하지만나는그를만나면서일말의희망을보았다. 적어도
우리 사회에, 개신교계에 그처럼 바른 사고와 행동으로 일
관하는 지도급 교인이 있다면, 한국 교계엔 아직 희망이 있
다고.
비록 그의 발꿈치도 못 따라가는 엉터리 교인에 불과하지
만, 그와만나한동안얘기나누면서나는새삼커다란도전
을 받았다. 세월의 연륜이 고적이 쌓인 온화한 모습으로 우
리의 나아가야 할 바를 조근조근 얘기하는 그를 보면서 나
도그처럼늙어가고싶다는생각을했다.〠
윤재석
CBS해설위원
믿는자의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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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늙어갈수있다면
윤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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