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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qldkoreanlife.com.au FRI. 18. NOVEMBER. 999 가냘픈코스모스가바람에살랑거 리는 시골길, 불꽃처럼 붉게 타오 르는단풍나무를그리워하며한국 으로오년만의나들이를떠났다. 코로나로인해서한국으로가는직 행항공편이사라진지어느새3년 이다.싱가포르를거쳐서한국으로 가는긴비행시간이쉽지않을거라 는예상을했지만설레는마음이더 앞서는듯했다.자정이다된시간에 땅을박차고오른비행기안에서평 소에는 잘 먹지 않는 야식을 먹으 며, 영화를몇편보니싱가포르창 이공항에 도착했다. 그리고 세 시 간정도를대기한후에다시한국행 비행기에탑승했다.내가태어나고 성장했던나라를찾아가는길이참 으로멀게만느껴지는순간이었다. 인천공항에도착하니왜그렇게도 낯설든지, 비자와 검역 큐 코드를 온라인으로신청해서미리받았기 에 출국장을 빨리 나올 수는 있었 다.인천공항에서입국자에게PCR 테스트를제공해주지는않았다.24 시간안에검사해서온라인으로결 과를제출하라는직원의퉁명스러 운말에당혹스러웠다.어디에서검 사할수있는지물었지만돌아온대 답은알아서하라는것이었다.나는 다음날아침부터휴식을취하지도 못한채24시간이라는시간에억눌 리는듯한기분이들었다.우여곡절 끝에국립의료원을찾아서돈을내 고검사를한후에음성이라는메시 지를몇시간후에받았다. 그런데 며칠후에한국정부는모든출입국 자들에대해서항체검사를더는요 구하지않는다는공식발표를했다. 낯선길을묻고물으며지하철계단 수백개를오르내린나의발품이한 순간에헉~소리를내며훨~~훨날 아가버리는듯했다. 나는오랜만에찾아온한국에서시 간을 아껴가며 알차게 보내고 싶 었다. 그래서 만나고 싶은 지인들 의 목록을 만들고 또 기관지 한방 치료를위해서한의원에서진맥을 받을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인정 많은 어느 친구는 자기 집으로 데 려가서 직접 요리한 한정식을 먹 이고, 병원에 가서 피로회복에 좋 다는영양주사도맞게했다. 그영 양주사 덕분인지, 먹고 싶었던 한 국 음식을 제대로 먹은 덕분인지, 계획된일정들을하나하나씩실행 해나갈수있었다. 이제는여행체 험담의보따리를슬~~슬풀어나가 야할듯싶다. 여행에서겪은일,하나 주말에는KTX기차를타고부산으 로내려갔다. 내가태어났고, 나의 십대와이십대를보냈던곳, 바다 가내려다보이는이층의내방, 베 란다에앉아서항구에정박한배를 바라보며먼이국에대한꿈을키웠 던아련한내고향부산이다. 부산 역사는너무커져서예전의모습을 찾을수가없었다.마중나온J와반 가운재회를했다. 20대중반에브 리즈번에서만났던 J는이제40대 초반의 한 아이의 아빠가 되었다. 워홀로와서사고를당했던형을간 호하기위해서브리즈번에왔었던 청년이었다.형제는힘들었던시기 를인내로극복하고한국으로돌아 와서지금은잘지내고있다. 나에 게 풍성하고 식욕을 돋우게 만들 던해물사진을전송하며기다리고 있다는약속을지켜준J.전복죽,전 복해물탕과해물찜을실컷먹게해 주었다.“언제,어디서,무엇이되어 만나리.”라는 말을 찐한 마음으로 느끼게해준소중한인연이라고생 각한다. 여고시절의단짝친구집 에서 하룻밤 신세를 졌다. 한밤중 에온돌방에깔아놓은전기매트의 펌프에서귀곡성같은무시무시한 소리가들려서기절하듯놀라깨는 웃지못할에피소드도있었다.우리 는헤어지는아쉬움을동래온천장 의뜨끈뜨끈한온천탕속에서달랬 다.생강차를진하게끓여주며나의 건강을챙겨주던친구의따스한우 정이벌써그리워진다. 여행에서겪은일,둘 양산에있는성요셉요양병원에있 는 큰언니를 면회하러 갔다. 나이 차이가많은큰언니는“너는내딸 같은막냇동생이라서업어서키웠 다.”라는말을자주하곤했다.노인 요양병원은산속에새로지은건물 이어서환경이조용하고깨끗하게 잘 정돈 되어있는 느낌을 받았다. 언니가좋아하는호주꿀과비타민 을가져갔고,병동의다른노인들도 함께나눠먹을수있도록케이크를 넉넉하게준비해서가져갔다.나를 보는순간, 그리고헤어질때, 눈물 을쏟을큰언니를생각하면벌써가 슴이 먹먹해져 왔다. 면회도 힘든 시기였지만담당복지사의배려로 병원에서코로나자가진단을하고 나서면회실에서대면할수있었다. 노인환자들을면회할때에는반드 시지켜야할요양병원의규칙이있 었다. 손을씻고또씻어도비닐장 갑을낀채손을마주잡아야했다. 깡마른체구에백발로변한큰언니 가면회실로들어서는모습을보는 순간,가슴안에서얼음덩이하나가 턱하니튀어나와바닥에부딪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20시간이 걸 리는비행시간을생각하면두시간 의면회는너무짧았고안타까운마 음이들뿐이었다. 기억력이많이쇠퇴했지만내아이 들의이름과손녀의생일을물어보 면서가지고있던수첩에일일이기 록하는습관은예전과달라진게없 어보였다. 나의호주생활을묻고 또물으며아프지말라는당부를계 속하면서외롭다는하소연을여러 번했었다. 나는답답해져서 “사람 은누구나다외로워지는거야”라 는말만을할수밖에. 어떤위로의 말이 언니의 마음을 어루만져줄 수 있을까만은. 비디오 콜을 통해 서 호주에 있는 딸과 손녀를 만나 게 했다. 얼마나 좋아하는지 마치 아이처럼 손을 흔들며 눈물을 글 썽거렸다. 나는 이번의 만남이 마 지막이 될 것 같은 애련함에 그저 가슴이 저리고 아플 뿐이었다. 우 리는 너무나 먼 거리에 살고 있다 는이유를스스로만들면서…. 복 지사가거동이힘든큰언니의몸을 붙들고차에태우는데,나와헤어지 는슬픔에울며차에서다시내리려 고하니, 나도참고있던눈물을흘 리고야말았다.그렇게나똑똑하고 지적이었던한여자는이제늙고병 든노인의몸으로한생을마무리하 는길로들어서고있었다.2006년3 월엄마의마지막모습을담았던“ 삶과죽음의제2병동”이라는칼럼 에서썼던엄마의모습을언니가그 대로닮아있었다. “남은삶의시간 만이라도제발건강하게지내라,나 의큰언니야.” 여행에서겪은일,셋 안동에는필자가가족처럼생각하 는 세분의 신부님이 계신다. 오래 전,브리즈번한인성당공동체에서 사목하셨던사제로서긴인연을이 어온분들이다.안동대교구에서는 브리즈번에한인사제를보내서한 인신자들을사목해온지 20여년 이넘는다.부산고속버스터미널에 서버스로 2시간여달려오니고풍 스러운안동시가한눈에들어왔다. 바쁜세분의신부님들을한날에다 같이모여서만난다는게쉬운일은 아니다.멀리호주에서날아온가족 같았던옛신자를보는기쁨이컸었 던모양이다.반가움에서로얼싸안 으며함박웃음을한참이나흘렸다. 막내신부님은안동찜닭이먹고싶 다는나의사전부탁을미리접수해 서(?)재래시장의맛깔나는식당으 로 데려갔다. 내 접시에만 쌓이는 찜닭을맛있게먹으며브리즈번교 우들의소식을전해듣는신부님들 의표정은환해보였다.대교구청의 경당, 주교좌성당, 안동시내의본 당으로안내받으며축복받은날같 아서마음속으로깊은감사를드렸 다.나의신앙생활에서받은은총이 라여겨진다.한정판을강조하며목 에걸어준십자목걸이와성가정이 새겨진열쇠고리도나에게소중한 선물로남겨졌다. 신부님은나를위해서관광일정까 지 준비해 놓았었다. 나는 안동의 유명한고적지인병산서원을찾아 가서 옛 선비들의 정취를 한껏 느 껴보는기회를가질수있었다. 병 산서원의정문에서바라보니산의 정기를 한 몸에 품은 모양새가 예 사롭지 않아 보였다. 서애 류성룡 의 학문과 업적을 기리기 위해 만 든 경상북도 안동시 풍천면 병산 리에 건립한 서원으로서 1978년 3월 31일, 사적제260호에지정되 었고, 2010년 7월 31일과 2019년 7월10일각각유네스코세계문화 유산에등재되었다고한다.정자의 한기둥에등을기대고앉아서바라 보는해질녘의고즈넉한풍광은저 절로시인의마음이들게했다. 문 고리만걸린고택에들어가서저녁 한끼를청하고싶었는데주인장이 돌아오지않아서잠시휴식을취하 고는빈집을나왔다.시골의고풍스 러운기와집이전해주는편안함,정 결, 고요, 이어진누각들이전해주 는감성을눈에담뿍담았다. 진정 한위로를받았다는생각이들었다. 전통된장비빔밥을주메뉴로하는 식당에가서저녁식사를마친후에 다음코스로월영교에갔다월영교 는야간경치가아름다운곳이라서 아주낭만적인분위기를보여주는 유명관광지이다.목각다리가호수 위에길게이어져있고, 물위에달 빛이쏟아지는야경은정말아름다 워보였다. 호수위에는달빛과가 로등 불빛이 어울려서 또 다른 전 설을 만들어 내는 듯했다. 바닐라 아이스크림이듬뿍올라간와플을 먹으며월영교와바~~이하고마음 의작별인사를나누었다. 안동에는 이름을 놓칠 수 없는 한 예술인이살고있다.천연염색으로 유명한상정신계남선생님으로그 분의자택을방문했다.요셉신부님 의어머니이신신계남선생님은80 세의연세가무색할만큼젊어보이 며왕성한활동과강연을여전히하 고계시는열정이넘치는예술인이 다. 10여년전브리즈번에있는한 갤러리에서경북공예예술인들과 함께 전 시회를 연 적이 있었는데 나와의 인연이 지금도 이어진다. 자택이있는태화동거리를안동시 로부터예술인의거리로지정받았 으며,자택은갤러리로변신해서전 시실을갖추었고,골목길의벽에는 천연염색을바탕으로한그림과시 로꾸며져있었다.시인이며독립운 동가인이육사의고향이안동이라 는것도비로소알게되었다. 이육 사의시가날아갈듯한붓글씨로벽 에쓰여있었다. 먹의향기가집안에고스란히배어 있는곳에서직접수확한달콤한대 추와전통차를마시며멋스런예술 의 향기에 취하고 말았다. 그리고 대문을 나서는 내 손안에는 상정 선생님이겹겹이싸주신천연염색 선물보따리가들려있었다.아쉬운 마음은더머물고싶었지만,서울로 돌아가야하는기차시간이임박해 서발길을재촉할수밖에없었다.“ 고맙습니다.”라는 인사말이나 제 대로하고나왔는지… 여행에서겪은일넷 현대판기적이란이런경우가아닐 까싶다.안동에서KTX를타고종착 역인청량리역에서내렸다.목적지 에갈려면지하철로다시바꿔타야 하는데수많은계단을오르내리며 걷는일이몹시번거롭고힘들게여 겨졌다지하철을타면서울의인구 밀도를체감할수있다. 서울에왔 으니지하철을타보라고고집을부 리는마중나온친구를따라서지하 철역사로내려갔다.지하철이오기 를기다리는동안, 서울에살때엄 마처럼가깝게지낸이웃이있었는 데오래전에연락이끊어져서많이 보고싶다는말을지하철이도착하 기전에친구에게말했었다.예상했 듯이등을떠밀려서비좁은지하철 안으로들어섰는데누군가익숙한 호칭으로나를불렀다. “현이야 ~, 현이야~”. 어쩜, 그토록 만나고 싶었던 앞집 아줌마가 나를 보며 손짓을 하고 있었다. 난챙이넓은모자에마스 크를 쓰고 있었고 우리는 이십여 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전혀 만나 지 못했었다. 그런데 그분은 단박 에나를알아본것이었다. 어쩜그 런 우연이 생길 수 있었는지 생각 할수록 신기할 뿐이다. 다음 역에 서 내리는 앞집 아줌마의 핸드폰 번호를머릿속에입력시켰다.예전 에살았던빌라가아파트대단지로 변했으며옛이웃들은뿔뿔이흩어 져서 그 연결 고리는 자연히 끊어 질 수밖에 없었다. 세상에 살면서 기적 같은 우연이 일어날 수 있다 지만그런일이나한테일어났으니 정말 믿어지지 않았다. 한국으로 가기전에수차례자녀들의이름을 페이스북에서찾았으며,예전전화 번호로연락해보려고애를썼었다. 그런데의외의길에서우연의만남 이이루어졌다. 몇분의오랜지인들을만났다. 그 분들은브리즈번에있는주립대학 교에서교환교수로일이년정도머 물렀던분들이었다.대학가캠퍼스 에서오래살았던덕분에그분들의 가족과는친구와같은좋은인연을 맺었다.지금은은퇴한후에노후를 즐기며사는것같아서보기에좋았 다. 그 분들은 브리즈번에 살았을 때가인생에있어서가장행복했던 시간이었다며추억에잠기기도했 다. 그들의행복했던한시점에나 도함께했었다는사실이감동적으 로 다가왔다. 반갑게 맞아 주시던 교수님부부에게서한국인의따스 한정과마음을큰선물로받았다. 나는이번여행을통해서사람과사 람사이의만남, 연결고리그리고 인연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 한 번알게되었다. 잊을수없는특별 한인연은시간이흘러도우연으로 라도반드시만나게된다는세상이 치도경험했다그래서좋은인연은 스스로노력해서손을놓지않아야 한다는믿음을새롭게가졌다.비록 가을의낭만적인정취를보고느끼 지는못했지만, 오년만의나들이 를 통해서 또 하나의 아름다운 추 억거리를 안고 돌아왔다. 지금의 내삶속에서계속이어지기를바라 는마음이다. 오년만의나들이 by황현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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