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sion Weekly News
30 qldkoreanlife.com.au FRI. 18. NOVEMBER. 999 우리스튜디오에서일년에단한번만진행하는수업들이있 다.그계절에꼭먹어야하는음식들,이를테면정월말일에 맞춘간장과된장수업,암꽃게의알과살이가장통통히올라 있는봄날의게장수업,우리요리수업에많이쓰는양념중하 나인 매실청, 유자청과 생강청수업 등등. 우리 스튜디오에서 는이를'계절특강'이라부른다.그리고계절특강에서가장압 도적인무게감을자랑하는건바로여름김치특강과김장김치 특강.일년에한번만,그제철시즌에만진행하기때문에놓 치면일년을더기다려야한다.그래서언제나많은분들의관 심을받는수업이다.한국인의밥상에김치는빠질수없기에. 우리 김치수업은 특별하다. 수업 1타임에 3가지 전통 김치 를모두실습하는데, 수강생님들은각자김치통을3개씩가 져오셔서자신이담근김치는모두김치통에담아댁으로가 져가신다.그김치들이결코적은양이아니기에수강생님들 껜그계절내내냉장고한켠을든든히지켜준다고하여김 치수업은본인뿐만아니라가족들이더좋아하는수업이기 도하다.어머니가,혹은남편이가서김치제대로잘배워오 라고등떠밀어보내는경우들도적지않다. 김치수업은 준비하는 데 엄청난 시간과 체력을 필요로 한 다. 오죽하면 옛날부터 김장은 집안의 가장 큰 연례행사 중 하나였을까. 우리 또한 절임배추가 아닌, 엄마가 직접 전날 부터 미리 모든 배추와 채소류를 소금물에 절여 준비한다. 물론대체할수있는시판상품들도많이나와있지만,1부터 10까지 모든 과정을 자신의 손으로 완성해야 하는 엄마의 타고난 완벽주의 성격상 어찌할 도리가 없다. 무척이나 고 되고힘든과정이지만그럼에도수업이끝나면뿌듯함에즐 거운마음으로귀가하는수강생님들의무거운양손을보면 서우리도엄청난성취감을느낀다. 작년에도김장김치특강을앞두고,어떤김치를알려드릴까 고민하던엄마는SNS피드를빠르게손으로넘겨가며요즘 김치들을 살피고 있었다. 그러다 엄마 눈에 들어온 건 보쌈 김치. 이건 오리지날 보쌈김치가 아닌데, 엄마는 아쉬움 가 득한얼굴로생각에잠기더니‘올해김장김치에는해물보쌈 김치를 넣어보자, 내가 제대로 알려줘야지!’ 다짐했다. 그렇 게 작년 김장김치 특강에는 통배추김치, 해물보쌈김치, 파 김치를다루었다. 어김없이 김치수업이 끝남과 동시에 맥이 탁! 풀리며 긴장 감은 사라지고 온몸이 노곤노곤 기분 좋아지는 시간. 얼마 뒤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약... 70대쯤 나이가 지긋하신 어 느 할아버지의 전화였다. 엄마는 사뭇 놀란 얼굴로 꽤 한참 동안이야기를나누었다.가끔웃기도하고때로는난감해하 기도하면서긴통화를마쳤다.전화의요지는이랬다. 맛있는 김치가 드시고 싶었던 할아버지께서는 인터넷으로 보쌈김치를검색해사진들을보시다가,우연히내가블로그 에 업로드한 우리 수업 후기글을 보셨다. 그리고 당신이 어 릴 적 형님과 혜화동에서 맛있게 드셨던 보쌈김치와 똑같 이 생긴 김치를 보고 깜짝 놀라셨다고 한다. 인터넷으로 보 쌈김치 사진들을 검색해 보면 잘못된 사진과 정보가 많아 안타까우셨던 차에 마침 우리 김치가 할아버지 시선을 확 잡아끌었던 것이다. 그러면서 이렇게 제대로 된 김치를 먹 고 싶은데, 요즘 맛있는 김치 찾아보기가 힘들다며 부탁인 데그보쌈김치를본인드실양만큼만조금팔아줄수있겠 냐고부탁하셨다. 엄마는 너무 죄송하지만, 그 사진은 저희가 김치수업을 하 면서 담은 김치이고, 따로 김치를 판매하고 있지는 않다며 정중히거절하려했으나할아버지는고집을굽히지않으셨 다. 대가는얼마든지치를테니어려워마셔라, 오랜만에추 억을 느껴볼 수 있게 사람 하나 살린답시고 좀 도와달라며 완강하게나오셨다.원래본인은호주에거주하시는데한국 에 잠깐 들어오셨다가 코로나 때문에 발이 묶인 상태, 그래 서 어차피 외국으로 다시 나갈 몸이라 그리운 고향의 음식 은언제나잊을수없다며때를부리시기도했다.엄마의유 독 약한 포인트가 외국 타향살이인데, 하필 그 점을 할아버 지가어찌알고콕건드리셨다. 엄마는결국손을들었다.다만지금당장김치를바로보내 값이얼마라도 그김치 내가사먹겠소 by달집사/브런치 해물보쌈김치할아버지 사진출처:달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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