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sion Weekly News
36 qldkoreanlife.com.au FRI. 8. JULY. 980 *세신(洗身) : 몸에 붙어있는 때를 밂. 목욕탕에서, 타인의 때를 미는 직업을 목욕관리사 라 칭한다. 흔히 세신사(洗身 士)라고도한다. 11박12일제주여행을하며나 는 착실하게 꼬질꼬질해졌다. 매일 샤워를 하는데도 불구하 고….주요사유는선크림과선 탠. 서울경기는 비가 온다는데 제주는 사람을 구워 죽이려나 싶을정도의햇살이쏟아졌다. 상태가안좋은건피부표면만 이 아니었다. 서핑, 스노클링, 바다 수영, 실내 수영을 거의 매일하다보니목어깨등무릎 도쑤시고뻣뻣해졌다.나이먹 으니까실컷노는것도쉽지않 다. 그래서, 사우나를 찾았다. 제주시탑동의탑사우나. 여길 고른 이유는 별 거 없었 다. 일단 숙소와 가장 가까웠 다. 그리고 나는 묵은 때를 벗 기기위해세신을받을작정이 었는데,네이버블로그리뷰중 에 ‘제주시에서세신비가가장 싸다’는내용이있었다. 여탕에들어가는순간내가가 장어리다는걸알았다.30대는 커녕40대도없었다.50대부터 갑자기시작되는손님들. 세신 사가 “아가씨”라고 부르면 돌 아볼사람이나밖에없었다. 세신을 하고 싶다고 쭈뼛쭈뼛 물어봤더니 이미 누군가가 세 신을받고계셔서끝나야할수 있다고.알고보니보통은미리 문자나전화로세신받을수있 는지체크하고온다는것같다. 뜨내기관광객이알수없는지 역 목욕 상식…. 무려 한 시간 정도를기다렸는데, 의외로심 심하진않았다. 먼저때를불리려고들어간온 탕이내취향에딱맞는온도였 다!담글때는약간따끔할정도 로뜨겁고,오래잠겨있어도미 적지근해지지않는,내오랜온 천경험으로볼때약41도정도 의온도.온탕이라고해도15분 이지나면슬슬뇌가익는기분 이든다.웬만하면냉탕에들어 가지않고푹푹불리고싶었는 데, 어느 순간 심장이 너무 빨 리 뛰는 느낌이라 부득이하게 식혀야 했다. 냉탕도 또 온도 가절묘했다. 20~21도정도예 상. 뜨거워졌던몸을정수리까 지푹담갔다가일어나면,기관 지부터기도를통해코끝까지, PCR테스트의반대방향경로 가후욱짜릿해진다.없던비염 이 뻥 뚫리는 듯한 느낌. 코로 멘솔을 흡입하면 이런 느낌일 까?굉장히중독성있다. 온탕에 늘어져 있으면 옆에서 딱히작지않은목소리로나누 는담소가다들려온다.그러나 제주말이기 때문에 10%정도 밖에 알아들을 수 없었다. (이 건물안에서제주말을못하는 사람은내가유일했다)근데내 가알아들은10%의구절이심 상치가 않았다. “두 번째 결혼 했으니…” “여자가 귀한 동네 라…” “남자는 아니지만 여자 는 그래도…” 어쩌구 저쩌구. 뭔진 모르지만 자극적이었다. 10%만으로도흥미진진했다. 30분 정도 지났을 때 아기 둘 을 데리고 온 젊은 엄마가 있 었다. 아기 이모, 할머니와 함 께. 그 젊은 엄마와 이모는 내 또래거나나보다어릴수도있 겠다는생각이들었다.아기한 명은세네살정도되어보이는 여자아기였고한명은돌이된 남자 아기였다. 왜 돌인 걸 아 느냐. 당연히들어오자마자어 르신들께서5분안에호구조사 를 끝내셨기 때문이다. “몇 개 월?”“돌이요~”“그래~네살까 지는들어올수있지.” 나는곧동네목욕탕여탕이야 말로 지상 최고의 예스키즈존, 키즈웰컴존, 키즈파크를 능가 하는 키즈짱짱존이라는 사실 을깨닫게되었다.만렙찍은지 오래돼서“요즘콘텐츠가없네 ~”하는육아고인물,자발적베 이비시터들이즐비한곳….돌 된아기가물이좋아서익룡소 리를질러도그저흐뭇하게웃 고,엄마가누나닦이는동안서 러워서울부짖으면다같이“어 이구어이구”“옳지옳지”하면 서 달래주었다. 그러면 아기는 울음을뚝그쳤다.내가아기라 도갑자기그많은나체할머니 들로부터떼창응원을받게되 면놀라서멎을것같다. 이모든일이일어나는동안나 는 계속 내 순서가 어느 정도 진행되었는지 체크했다. 아무 래도 그분은 세신(3만원)이 아 니라 전신마사지(5만원)를 받 고 계신 듯했다. 그 기술이 또 한 엄청났는데, 어느 시점에는 세신사가 손님의 엉덩이 위에 무릎을꿇고올라가서 (엉덩이 한짝당무릎한쪽) 번갈아짓 밟고있었다.팔꿈치로하다못 해 무릎으로?! 세신사도 노인, 받는 손님도 노인인데 엄청난 박력과 에너지가 사용되고 있 었다.그리고정말오래걸렸다. 최소90분정도는받는것같았 다.무슨반얀트리스파마사지 급으로 몸을 끼워맞춰주는 느 낌인데단돈5만원이라니! 드디어손님이일어났다. 세신 사는침대를슥슥헹구고닦더 니나에게말한마디없이슬쩍 눈짓을보냈다.그전부터내가 체크할 때마다 슬쩍슬쩍 눈이 맞았던것이세신사도나를신 경쓰고있는것같았다.존버한 끝에내차례가된것이다. 침대에 눕자마자 세신사는 다 짜고짜내윗배근육을붙잡았 다. 너무너무 아팠다. 아마 마 사지였던것같은데,쓰레기같 은내몸은받아들이지못했다. “으어어어으어” “아이구 이런 데가다뭉쳤네” 다음은목과어깨였다.모든사 무직이그렇듯이,안뭉친데가 없는내몸뚱이중에서도특별 히 쓰레기 같은 곳이다. “으아 아으아아아” “아이구 만지는 데마다아프다네.어떵할간?” 그렇게레벨체크를하신뒤에 는 오일인지 크림인지 비누인 지를손에바르시고얼굴마사 지를시작하셨다.그런데이페 이셜, 심상치 않다. 분명 맨손 으로스크럽도아닌제품을얼 굴에문지르고있을뿐인데각 질이싹싹벗겨졌다. 딥마스크 팩보다나았다.순식간에내얼 굴에각질이쌓여갔다. 그다음에는경락마사지를시 작하셨는데,이게진짜신의손 이었다. 막 주먹을 살짝 쥔 상 태에서 손가락 두번째 관절로 코와 광대 주변을 문지르면서 새끼손가락은살짝힘을푼채 로토도독, 토도독부딪히는데 그정교한움직임은앞으로한 500년 정도는 기계로 구현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대체 이게 무슨기술이지…. 이렇게 본격적인 얼굴 마사지 를 받게 되자 ‘혹시 내가 세신 (3만원)을 받고 싶다고 했는데 전신마사지(5만원)을 하고 싶 다고잘못알아들으신걸까?’라 는생각마저들지경이었다.나 는빠르게판단했다.‘만일그렇 다면기쁜마음으로5만원을드 려야지’ 5분 간의 얼굴 마사지 만으로도기꺼이낼수있었다. 그기세로뒤통수와목이이어 지는곳,어깨까지꾹꾹마사지 해주신다음,목욕탕특유의얇 은수건으로내뒤통수를싹싹 말아서 침대에 기대두셨는데, 이각도가또굉장히절묘했다. 여기서이미나는잠들뻔했다. 그 다음은 때타올을 고르라고 하셨다.“센거,연한거있는데 연한걸로할게?”이미내가쪼 렙인 걸 눈치채신 것 같았다. 감사합니다…. “이근처살언?”“아니용” “어디?”“서울살아요” “누구 보러 완? 누구 함께 완? 놀러완?” “네,놀러왔어요” “근데어찌사우나를왔어?” “어… 너무 많이 놀아서 피곤 해가지구” 여기서 세신사가 한 번 빵 터 지셨다. 그러고 내 몸에 적당 히 미적지근한 물을 바가지로 부으시며“물은이정도?”하고 온도괜찮은지체크해주셨다. 얼굴에보습마스크팩을얹고, 눈에차가운타올을올리고(정 말기분이좋다)본격적인세신 을시작하셨다. 세신은 약한 걸 고르셔서인지 전혀아프지않았다. 그런데도 각질이 싹싹 벗겨져 나갔다. 이렇게다시태어나는구나. 특 히벅벅문대고적절하게미지 근한 물로 촥 헹굼 당할 때 정 말 짜릿했다. 내가 심즈4 게임 에 나오는 캐릭터였다면 정수 리에서 불꽃이 터지고 있었을 것이다. 세신사는뜨내기관광 객에게 엄청나게 친절하셔서, 몸을뒤집을때도툭툭치지않 고 친절하게 “이제 옆으로~” “ 반대쪽~” “엎드리고~” 하면서 안내해주셨다. 세신을 다 하고도 아직 끝이 아니었다. 얼굴에무슨초코향 이 나는 크림을 듬뿍 발라 놓 으시더니, 전신에비누칠을하 면서마사지를시작하셨다. 다 시 말하지만 나는 전신마사지 (5만원)가 아니고 세신(3만원) 을주문한것인데,너무푸짐한 나머지이메뉴가맞는지헷갈 리는순간이었다. 잘은몰라도 그냥 세신 코스에도 기본으로 들어가는마사지가있는것같 다.왜냐면기본마사지라고대 충하는게아니고막팔꿈치로 꾹꾹눌러가면서상체하체팔 다리손발까지빠지는데없이 꼼꼼하게해주시기때문이다. 이마사지스킬이정말대단한 게,중간중간절묘한타이밍에 뽁! 손바닥 뚜두둑 할 때도 진 짜 시원했다. 내 목 뒤에 팔을 엑스자로 받쳐서 꾹 누르면서 일으켜 앉힌 다음에 “좀 땡길 게~”하시고나서침대위에앉 은내몸전체를쭈욱당기시면 놀이기구처럼침대위를쭉미 끄러져뒤로간다.재미있었다. 가격에대해생각하다보니,처 음에말했듯이나는세신이저 렴하다는정보를보고이사우 나에온것이었다.그런데사실 그리뷰는남성고객이쓴거였 다.리뷰에따르면남성세신은 1만5천원이라고한다.여성세 신은그두배다. 나는평소미 용실에서여성커트가남성커 트보다 천원만 비싸도 역정을 내는, 핑크택스에매우민감한 사람인데, 이번경우는애매했 다. 왜냐면남성들에게도이런 마사지, 특히페이셜마사지를 해 줄 것 같지가 않았다. 그렇 다면 나는 기꺼이 1만5천원을 더 내고 페이셜을 꼭 받고 말 것이기때문에, 핑크택스가아 니고그냥적절한가격같았다. 거짓말이다.적절하지않다.사 실믿을수없을정도로헐값이 라고생각했다.문득다음달예 매해둔뮤지컬표한장만팔면 이 세신을 네 번 받을 수 있다 는데에생각이미치자현타가 오기 시작했다. 브로드웨이 별 거 아니다. 대한민국은 세신을 수출해야 한다. 케이팝과 봉준 호가아무리날고기어도이정 도의예술은못한다.몸과마음 이물리적으로정화되는한시 간의 기적. 요즘 주말 점심 시 간대에 멀티플렉스에서 영화 한편보려면2만7천원을내야 한다는데, 나는 그냥 3만원 내 고세신받으러갈거다. 만약 이 세신사가 200살까지 영업하지 않으면 이 분의 기 술은 전수되지 않고 사라지는 것일까? 참을 수 없다. 해녀학 교처럼 세신학교를 만들어서 대대로 전수해야 하는 것 아 닌지… 무형문화재로 등록하 고연금드려야하는것이아닌 지… 황홀한 마사지를 받으며 끝없이이런생각을했다. 다 받고 일어서서 거울을 보 니 내 몸에서 물광이 줄줄 흘 러내리고있었다. 충격적인한 시간이었다. 뜨내기답게쭈뼛 거리면서 계산은 어떻게 하냐 고 물어보니까 “나가서~ 응~” 이러셨는데 정작 밖의 카운터 에서는“그건세신하는사람한 테줘야지,우리랑은아무상관 없어”라고 하셨다. 그런데 나 는 현금은 한 푼도 없어서, 난 생처음폰을가지고여탕에들 어가서, 계좌이체로드려도되 냐고물었다. 당연히된다면서 계좌를바로불러주셨다. 나는 그래서그분의성함도알게되 었다.다음에가면지명해야지. 목욕탕의 장점은 새벽부터 영 업한다는것이다.나는서울가 는 날 새벽에 꼭 여기 다시 올 거다.그때는반드시전신마사 지(5만원)을체험해볼것이다. 공항과가깝기때문에, 여독을 풀고 가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강력추천한다. 제주사우나에서 인생최고의 세신받은썰 by신한슬 삼만원만내면온몸에물광이흐르고 여독을싹내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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