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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qldkoreanlife.com.au FRI. 8. JULY. 980 ⓒ본광고이미지는코리안라이프가제작하였습니다. 아버지 우리아버지로말할거같으면, 그는 경상북도 안동의 어느 시골마을에서 5남매 중 장남 으로 태어나 몸소 ‘가부장’이 라는 단어를 체화하며 산 인 물이다. 그는 고지식하고 무 뚝뚝하며 권위의식으로 똘 똘 뭉쳐있다. 그런 그에게서 사랑은 고사하고 살가운 표 현 한 마디 들어본 적 없다. ‘ 사랑한다’는 말은 꿈도 꾸지 않는다. ‘고맙다’ ‘미안하다’와 같은일상적인표현조차들어 본적없으므로. 그래서 헷갈릴 때가 많았다. 그가과연나를, 아내를, 가족 을 진심으로 사랑하는지. 실 은 그에게 있어 중요한 건 자 신의 사업밖에 없는 거 아닌 가,하는의심이항상마음속 깊은 곳에 있었다. 하지만 며 칠전,나는그런의심들을마 음에서 전부 물릴 수밖에 없 었다. 정확히는 엄마의 친구 가 아버지에 대해 이렇게 말 한후로. “그에게는책임감이 사랑의표현일수도있어요.” 아빠의무뚝뚝한태도에새삼 서운함을느낀엄마가친구에 게 하소연을 하자 친구 분이 위와 같은 답변을 주셨던 것. 그 말을 전해들은 나는 아빠 와 사랑과 책임감의 상관관 계에 대해 생각할 수밖에 없 었다. 왜냐하면아책임감, 책 임감으로말하자면아빠를따 라올 수 있는 자가 없기 때문 이다. 그의 첫 번째 사업이 완전히 망했을 때, 집에 빨간 딱지가 붙고은행에서파산신청을해 야 했을 때, 그는 딱3일을 쉬 고다시일을하러나갔다.친 구아빠는사업이망했을때6 개월을 쉬었다고 했는데. 그 는 그의 전부를 투자한 사업 이 손 써볼 틈도 없이 산산조 각났을때도단며칠만에다 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그 가 찾은 새로운 직업은 ‘막노 동’이었다. 그 옛날, 부산대학 교 공대를 수석으로 졸업하 고, 한국 3대 기업이었던 대 우건설에합격해차장까지올 라갔던그는이제는막노동을 하러매일아침집을나선다. 막노동을 하는 아빠의 옷은 항상 더러웠고, 그는 점점 말 라갔다. 그만큼 일이 고됐다 는 뜻일 테다. 군것질을 일절 하지않던그는,강도높은육 체노동으로식탁에보이는빵 이며 과자 따위를 뱃속으로 욱여 넣었다. 잠을 자다가도 벌떡 벌떡 일어나 배를 채웠 다. 군것질을 하는 아버지의 모습도, 그럼에도 계속 살이 빠져가는모습도모두낯설었 다.매일매일해가뜨기전일 어나 밖으로 나가고, 땡볕 아 래에서철근과벽돌을나르는 아버지. 그가 쉬는 날이라곤 비오는날밖에없었다. 그의 일당은 십 만원이었다. 그당시우리는하루살이처럼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았다. 매일매일이 시험이고 시련이 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빠는 엄마에게50만원을건네며,이 돈으로 다른 거 하지 말고 수 술부터 하라고 했다. 그때 엄 마는요실금으로생활에큰불 편을 겪고 있었다. 오십 만원. 그것은그가하루열시간씩,5 일동안매일같이흙먼지속에 서뒹굴며번돈이다. 그는그 렇게일년동안, 담뱃값과술 값을제외하고는당신자신을 위해선한푼도쓰지않았다. 당시에나는아버지를불쌍히 여기는동시에원망했었던거 같다. 자신의 야심으로, 모두 가 말렸던 사업을 기어코 시 작해 결국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든 것에 대해. 가족 모두를 이 나락으로 떨어뜨린 것에 대해 분노와 원망이 속에서 치솟았다. 그런데 내가 그때 이것을 알 았다면, 그러니까 우리 네 명 의 가족을 짊어졌던 그의 뒷 모습이 건네는 말을 들을 수 있었더라면, 등에 업혀있던 그 책임감이, 실은 사랑한다 고 계속 말을 건네고 있다는 것을 알았더라면, 그랬다면 그 당시 아빠에 대한 나의 생 각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매 일같이 새벽에 집을 나서던 그에게, 일어나서 졸린 눈꺼 풀을 비비며 잘 다녀오시라 고, 몸조심하시라고 인사를 건넬 수 있지 않았을까. 돌아 오는 그에게 수고했다며, 언 제나사랑하고또존경한다고 장난처럼이라도말할수있지 않았을까.모를일이다. 어쨌거나 지금 아버지는 2년 전부터 새 사업을 시작해 역 시나 아슬아슬 위태롭게 운 영 중이다. 그는 요즈음 회사 에가기전,카페에들러1500 원짜리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사서 공원에 30분쯤 앉아 있 다 발걸음을 옮긴단다. 왜 그 러느냐고묻자그가푸슬푸슬 웃으며대답한다. “에라이,일 하러 가기 싫으니까 괜히 커 피나 한잔 사 마시면서 걷는 거지.”나는평생을당신은워 커홀릭이라고 생각하고 살았 는데, 그가 일하러 가기 싫다 고하다니.신선한충격이다. 하지만 내가 분명하게 알고 있는 건, 그래서 여기 분명하 게적을수있는건,그래도당 신은 매일 회사를 갈 거라는 것.끝내갈것이고,기어코갈 것이라는 사실. 그것이 가족 에 대한 당신의 책임감이자, 사랑이라는 사실을, 분명하 고도 자랑스럽게 적을 수 있 다.집을나서는그의등이건 네는말을,이제는들을수있 다. 아버지, 당신이내내사랑 한다고고백하고있었음을이 제는 압니다. 그러므로 나도 당신을 사랑합니다. 어찌 사 랑하지않을수있겠습니까. 오늘 밤에는 그가 좋아하는 맥주를 준비해 둬야겠다. 그 가돌아와막씻고나왔을때, 냉장고에서 금방 꺼낸 시원 한 맥주를 꼴깔꼴깍 잔에 따 라 씩 웃으며 건네야지. 그러 면 그도 씩 웃으며 기꺼이 잔 을,손을마주잡아줄것이다. 아빠의뒷모습이건네던말 by생각하는계란 집을나서는그의등이건네는말을,이제는들을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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