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sion Weekly News
30 ivisionmagazine.com FRI. 1. OCT 943 ⓒ본광고이미지는비전매거진이제작하였습니다. 프랑스시민군은부르봉왕가 의간판을내리는마지막결전 을앞두고스위스용병들에게 제발살아서집에가시라며읍 소에가까운퇴각요청을거듭 했다. 유럽 최강 스위스 용병 들과싸우게된자신들의목숨 도 아까웠겠지만, 한편으로는 먹고살자고용병일을하러온 이웃나라평민들을굳이죽이 고싶지는않았을것이다. 하지만프랑스왕실과의계약 기간이남았다며이를묵살한 칠백명의스위스근위대는문 자 그대로 마지막 한 명까지 이 버림받은 왕과 왕비를 지 키다모조리전사하고말았다. 단지 먹고 살기 위해 남의 나 라의 왕과 왕비, 그것도 스위 스의영원한숙적합스부르크 의딸인마리앙트와네트를지 키다가이국땅에서죽어간선 조들의슬픈역사를기리기위 해후손들은고국루체른의호 숫가에커다란바위조각을새 겼다. 스위스군의상징인사자는온 몸에 창을 맞은 채 부르봉 왕 가의상징인백합이새겨진방 패위에서고통에몸부림치며 죽어가고있다.언젠가스위스 를 찾은 마크 트웨인은 이 바 위를 보고 ‘세상에서 가장 슬 픈바위’라는말을남겼다. 이런보릿고개같은역사를간 직한스위스이지만이나라는 더 이상 용병으로 먹고 사는 궁벽한산골이아니다.오히려 도시 구석구석까지 완벽하게 관리된지상낙원같은곳이오 늘날의스위스이다.오늘날스 위스가누리는부의수준은상 상이상이다. 예전에 다니던 직장에 사표 를 내고 무작정 파리행 비행 기에 몸을 실은 적이 있었다. 다음 직장 출근까지는 두 달 정도의 시간이 있었다. 파리 에 도착해 호텔에 짐을 푼 후 에야이제무엇을할까곰곰이 생각하기시작했다.다음날아 침파리동역으로가서TGV를 탔다.오랜만에여행자의마음 으로기차를타고스위스의루 체른으로향했다.그리고역에 내리자마자 호텔을 알아보거 나택시를불러타기도귀챦아 그냥역앞에있는호텔에들어 가체크인을했다. 그렇게딱일주일을스위스의 호숫가에서 딩굴거렸다. 아무 도없는망망대해와같은뉴질 랜드호수에비하면스위스의 호수가는동화같은마을들이 줄지어있어돌아다닐맛이난 다. 다양한 노선이 있는 호수 의 페리들을 내키는 대로 골 라타며 오늘은 이 봉우리, 내 일은저봉우리하며봉우리순 례를하다보니주말이되었다. 아니한시적백수인지라주말 이된지도몰랐는데눈앞에펼 쳐지던익숙한풍경이한순간 에바뀌어버리며주말이온지 를깨달은것이다. 조용하던호수가갑자기배로 꽉 차버렸다. 주중에 텅 빈 호 수를고요히누비던페리들은 주말이되면서스위스사람들 이 저마다 한 척씩 몰고 나온 배들을 피해다니느라 수시로 뱃고동을울려댔다.호수를뒤 덮은배들은크기도모양도제 각각이었다. 돈많은부자들은영화에나올 것 같은 멋진 요트를 끌고 유 유히주말을즐겼다.부지런한 멋쟁이들은폴로셔츠에선글 라스를끼고무동력세일링보 트의돛을조정해가며호수를 누비고 있었고, 사람 좋은 인 상의배불뚝이아저씨들은멋 진요트들사이에작은보트를 띄우고는자신의작은배를물 살에맡긴채망중한을즐기고 있었다. 배가 남산만한 이 아 저씨들의 조각배에는 대낮에 도곧잘와인병이보였다. 그래, 이런게 선진국의 주말 이지. 주말이되자호수가저마다의 배로새하얗게덮이면서주중 의호숫가에서즐기던여유가 사라졌다.그러자갑자기빈사 의사자상이떠올랐다.루체른 에 와서 사자상을 안보고 그 냥 갈 수는 없었다. 빈사의 사 자상은호숫가에덩그러니있 는조각은아니고나름관광명 소가되었지만배로뒤덮인호 수와는 달리 사자상 앞은 한 산했다. 한때처자식을먹여살리기위 해목숨을걸어야했던조상들 을 기리는 먹고 살기 위해 이 웃나라왕에게목숨을바쳤던 조상들을기리기위해세운사 자상과세계에서제일가는부 자나라의호수를새하얗게뒤 덮은요트들을번갈아보면상 전벽해가아닐수없다. 그렇다면스위스는어떻게해 서 목숨걸고 입에 풀칠하던 나라에서 한순간에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로 변모했 을까? 이제 스위스하면 용병보다는 알프스 산 속의 목동과 시계 가 먼저 떠오르긴 한다. 하지 만 낙농업은 스위스의 국가 이미지를위해서국립낙농학 교에서배출한목동들에게월 급을주면서인위적으로유지 하는관광산업의일부일뿐이 다.스위스에서만드는롤렉스 나오메가시계역시가성비라 는측면에서보면말도안되는 가격표를달고있지만여기서 나오는수입역시수백만의인 구가세계최상위권의소득수 준을누리기에는턱도없이부 족한금액이다. 스위스경제의핵심은금융업, 정확히말하면돈세탁과낙전 수입이다. 스위스의 국회의원 이었던 장 지글러는 ‘왜 검은 돈은스위스로몰리는가’라는 책에서 스위스가 국가차원에 서어떻게마약카르텔두목들 과독재자들에게피난처를제 공하고이들의검은돈을세탁 해주어왔는지를폭로했다. 지글러에따르면스위스정부 는미국의강력한외교적항의 와송환요구에도불구하고남 미의마약카르텔두목들에게 스위스내에은신처를제공하 며이들의자금을세탁해주고 있다고한다. 이런천문학적인돈을세탁해 주다보면각종수수료와떡고 물, 보관료 등의 수입도 발생 하지만, 스위스 금융기관들에 게 가장 큰 수입원은 이런 예 금주들이죽은후에생기는낙 전수입이다. 스위스 은행들은 독재자나 마약두목들이 이런 저런 사유로 죽고 나면 그 누 가오더라도본인이아니라는 이유로일절출금을불허한다. 이들 중 천수를 누리며 먼 이 국땅의은행계좌상속까지깔 끔히해결하고죽은사람이얼 마나있었을까.박근혜대통령 이 취임하자 스위스는 1년에 한번만있다는국빈방문으로 박전대통령을성대히환영하 며마음의빚을덜었다. 스위스의치부를폭로한장지 글러는책발간후연방의원으 로의면책특권도박탈당하고 수시로살해위협을받고있다 고 한다. 산적과 용병의 후예 들은돈세탁과낙전수입으로 세계에서가장잘사는나라를 만들었다.가을마다알프스산 에서내려오는소떼를맞이하 는목동축제를열고제네바의 화려한시계공예를선보이며 국가이미지를세탁하고는있 지만결국이래서근본이라는 게중요한것이다. 스위스 호숫가에서 망중한을 즐기다이탈리아로향했다.원 래그리스로가려던참인데오 는길에핸드백을하나사오라 는 모친의 전갈을 받고 먼저 밀라노에 들렀다가 아테네로 가기로했다. 이탈리아의북부와남부는마 치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를보는것같다.우리가볼때 는 생긴 것도 비슷하고 말도 비슷하고음식도비슷해보이 지만부유한전자가가난한후 자를엄청나게무시한다.밀라 노는부유한이탈리아북부에 서도가장상업이발전한중심 도시로 당연히 이탈리아에서 가장잘사는도시이다. 그런데스위스에서한동안시 간을보내다가밀라노에입성 하니한순간에스위스를떠나 이탈리아에왔다는느낌이번 쩍 들었다. 스위스와 이탈리 아는 도시의 정돈상태, 특히 큰 길에서 한걸음 꺾어 들어 간작은골목들의청결상태가 차원을달리한다.남부스위스 와북부이탈리아는언어도같 은이탈리아어를쓰고역사적 으로나문화적으로도많은것 을공유하는곳인데이리도다 른세상처럼보인다. 스위스의 대도시부터 시골마 을까지구석구석을들여다보 면 같은 사람 사는 곳인데 어 쩌면 이렇게 철저하게 관리 될 수 있을까 하는 감탄이 절 로 나온다. 단지 눈먼 돈을 많 이떼어먹었다고이런완벽한 국가가나올수있을까? 나혼자의생각만으로는도무 지풀리지않는수수께끼로남 아있다. Löwendenkmal빈사의사자상,Wiki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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