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hristian Review

여기까지 인도하신 에벤에셀의 하나님께 먼저 감사를 드린다. 때로는 힘에 부대낄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내 노선을 벗어나지 않고 살게 하시고 또 그렇게 살아온 것은 전적으로 합력하여 선을 이루신 하나님의 은혜였 음을 고백한다. 만일 누가 나에게 다시 태어나도 이 길을 가겠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뭐라고 대답할까? 만일, 다시 태어난다 면 나는 적극적으로 이 길을 선택할 것인가? 답은 뻔하 다. 아니다. 그것은이길이싫어서가아니다. 이길을걸 어보니 결코 쉬운 길이 아니었다. 그리고이길은너무도귀하고소중한길이었다. 나같 은 사람이 가기엔 너무도 부족했고, 그래서 잘 감당하 지 못한 것 같은 송구함과 부끄러움이 앞서기에 그렇 다. “하고싶은것은하지말고하기싫은것은하 라”는 어느 목사님의 역설적인 말씀이 생각난 다. 그러나나는다시말하지만, 목사아내의길 을 원한 것도, 원하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한 마디로 무감각했다는 표현이 맞는 표현이다. 사실 나는 아무것도 모르기에 수동적으로 어 쩔 수 없이 나의 길을 모두 다 하나님께 맡겼 다. 그런 나를 시편 37편에서 약속하심 같이 내 길을여기까지인도하셨다. 비록내가원하지는 않았지만, 최종의 선택은 내가 한 것이기에 이 제은퇴를 1년남짓앞에두고 ‘과연나는맡겨 진내삶을제대로살아왔는지, 칭찬들을것은 무엇이며, 책망받을 것은 무엇인지, 한 마디로 후회 없 는 삶이었을까?’에 대한 생각이 많아진다. 목사 아내로서 힘들고 어렵고 외로울 때는 부정적인 생각으로 후회도 해 보았고 불만도 가져 보고 불평도 해 보았다. 이렇게 말하면 목사아내로산 내 삶이 힘들 고 어렵고 고통스럽게만 생각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 고 소명이 전혀 없는 사람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목사아내의 길이 힘들고 어렵기만한 것은아 니었다. 평생 아줌마 소리를 들으며 살아야 할 내가 사 모님 소리를 스스럼없이 듣고 살았다. 그런데그보다더크고좋은점은무엇보다도내가있 는 자리가 늘 은혜의 자리라는 점이다. 내가 살아가는 터전이 교회 중심이므로 눈을 뜨면 보이는 것이 주의 종인 목사님이고, 대화 내용도, 숨을 쉬는 공간도 모두 가 다 교회와 관련된 것뿐이다. 한 주간 내내 죄악된 세 상에서 힘들게 살다가 주일에 교회로 나오는 성도들에 비하면목사아내의삶은복되고은혜로운삶이아니라 할 수 없다. 여기서나자신을돌아보니반성할점이 너무많아부 끄럽다. 나는 내가 생각지 않은 일들앞에서 그저 다양 보하고, 다 기뻐하고, 다 인내하지 못했다. 때로는 내 남편이 자신의 아내인 나의 아픔보다 성도 의 아픔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하고, 나와 함께할 시간조 차 목회 일에 양보했을 때, 나는 그 일을 기쁘게 여기지 도, 흔쾌히 양보하지도 못하였다. 겉으로는안그런척하며내색하지않고웃었지만, 조금 이라도 드러났을 것이고, 속으로는 소외감 속에서 울기 도많이했다. 이것이나의부끄럽지만솔직한고백이다. 저녁노을이 유난히 멋있고 찬란한 것은 하루를 보내 는마지막인사이기때문인것처럼이제남편목사가목 회 끝자락에 서 있으니 유난히 멋있는 저녁노을처럼 멋 있게 최선을 다하고 떠날 것을 다짐하며 기도한다. 그리고 은퇴할 때는 물론 세상을 작별할 때도 후회와 미련을 남기기보다는 오직 감사만 남길 수 있으면 좋겠 다. 머지않은 훗날, 내 삶의 끝자락에 다다랐을 때, 내가 걸어간이목사아내길을두고잘선택하였고또잘수 행했다고미소를지을지언정후회하는어리석음이없어 야 할 것이다. 많고많은길중에서목사아내로서 십자가의 길을선 택한 것은 내 생에 있어 탁월한 선택이었고 잘 살아왔 다고 뿌듯함으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 무 엇보다 나를 세상에 보내시고 이 길로 가게 하신 주님 을기쁘시게하고주님의칭찬을받는다면그보다더기 쁜 일은 없을 것이다. 지금은 “나의 갈 길 다가도록 예수 인도하시니”라고 찬송하지만, 그날에는 “나의 갈 길 다가도록 예수 인도 했으니”라고 찬송하며 감사하고 싶다.〠 장경애 수필가, 빛과소금교회(최삼경 목사) 사모 나의 갈 길 다 가도록 크리스찬리뷰 87 74 Christian Review

RkJQdWJsaXNoZXIy NTUxNz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