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hristian Review

이 없을정도였어. 몇 대맞지않으면잠이오지않았지. 학력이 없고 가난하게 살다가 온 고참 사병이 하나 있었는데 환경 때문인지 못된 성격탓인지 그 친구한테 엄청 맞았지. 그렇게 군대생활을 꼬박 삼 년 했어. 사 실 그 무렵 밥술이나 조금 먹거나 행세하는 집안은 자 식을 군대에 보내지 않았어. 엄 변호사 자네도 같은 세 대니까 잘 알잖아?” “맞아. 나는가난하고힘없는집안이니까병으로아팠 어도 그 사정을 인정받지 못한 채 그냥 군에 끌려갔지. 조선시대부터 아들 귀하기는 양반이나 상놈이나 마찬 가진데 군에는 상놈집 자식만 간다는 소리가 있었지.” 나의 씁쓸한 추억이었다. 그 당시 그 재벌가에서 자 식들을 군대에 졸병으로 보낸다는 것은 논리상으로는 당연하지만 실제로는 대단한 일이었다. 부자가 그렇게 모범을 보여야 하는 것이다. 차창 밖으로 녹색의 물이 찰랑찰랑 기슭을 핥고 있는 호수가 보였다. “차를 세우고 잠깐 여기를 보고 가자.” 김 회장이 그렇게 말하고 호숫가에 차를 세웠다. 우 리는 차에서 내렸다. 김 회장이 호수의 수면을 보면서 말했다. “이건 호수가 아니라 우리 고조할머니가 온 부락 사 람을 합치게 해서 만든 저수지야. 고조할머니가 이 저 수지를 만드는 바람에 이 일대에 넓은 평야가 조성이 되고 다 논으로 만든 거지. 이 끝없는 들판이랑 산이 랑 다 우리 집안의 전답이었지.” 그의 말을 들으면서 나는 마치 신화 속에라도 들어 와 있는 것 같았다. 내가 자료를 조사한 바에 의하면 그 명문가의 특징은 권력을 이용한 수탈이 아니라는 데 장점이 있었다. 물론 당시의 일반적 기준보다 저렴하게 지대를 받았 지만 현대의 시각에서는 그게 높을 수도 있다. 그 집안 을 연구한 미국의 학자 에거트는 상대평가를 하지 않 고 지대를 받은 점을 논문 속에서 꼬집기도 했다. 친구 김 회장이 이런 말을 했다. “자네는모르겠지만 세상에서 부 자고 명문가라는 집안의 자손이 사람들을 대하면서 느끼는 독특 한 감정이 있어 그걸 한번 들어볼 래?” 그의 얘기가 계속되고 있었다.〠 엄상익 변호사, 본지한국지사장 명문가의 특징 크리스찬리뷰 63 30 Christian 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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