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hristian Review

새해의 다짐 지난 2020년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하여 우리의 일상이 완 전히 멈추어 버렸기에, 지난 새해에 세웠던 계획을 정상적으 로 실행에 옮길 수 없었습니다. 이처럼 지난 한 해 동안 제대 로이룬 것이 없다는생각이들면, 사람의마음은조급해지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이를 만회하고자 2021년 새해에는 더 많은 계획을 세우고, 이를 더 빨리 이루고자 하는 마음이 생기기도 합니 다. 하지만 우리가 믿음으로 자라감에 있어서 조급한 마음은 결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가령 새해의 다짐으로 기도생활 과 성경읽기, 가정예배와 같은 신앙생활로부터 시작해서, 사 람들과의관계를형성하는것에이르기까지이를서두른다고 해서 잘 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믿음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은, 어떤 결과를 빨리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과 동행하며 함 께 걸어가는 과정 자체에 더 의미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많은 사람들이 산을 오를 때면, 산 정상에 빨리 올라가는것만생각합니다. “내가너보다빨리산을정복하겠 어”라며 경쟁적이 되기 쉽습니다. 그러나신앙의 세계란, 얼마 나 빨리 산을 정복하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산을 오르 면서, 그숲속의 나무와꽃, 곤충과동물들, 따사로운 햇살과 바람을 느끼듯이, 하나님과의 영적인 교제의 깊이를 만들어 내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어린 왕자와 길들임 이러한 관계의 깊이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주는 책이 있는 데 바로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입니다. 이 책이 수많은 사 람들에게 감동적인 메시지를 던져주는 것은 ‘길들임’에 대한 내용때문일것입니다. 어린왕자와여우의대화중에어린왕 자가 말합니다. “길들인다는 게 뭐지?” 여우가 대답합니다. “그건 너무 잘 잊혀지고 있는 건데, 관계를 만든다는 뜻이 야.” 바로 그 ‘관계를 만든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해 봅니다. 우리는 한평생 누구인가를 만나고 헤어지면서 관계를 맺으 며 살아갑니다. 만남의 측면에서 보면, 싫은 만남도 있고, 좋 은 만남도 있습니다. 그러나 길들임의 본뜻은 성실한 측면이 강조됩니다. 어린 왕자의 저자가 여우의 입을 빌어서 하는 말을 들어봅 시다. “넌아직은나에겐수많은다른소년들과다를바없는 한소년에 지나지않아. 그래서난 너를필요로하지않고. 난 너에겐수많은다른여우와똑같은한마리여우에지나지않 아. 하지만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나는 너에겐 이 세상에 오 직 하나밖에 없는 존재가 될 거야.” 생텍쥐페리는 여우를 통해 계속하여 말합니다. “내생활은지루하고좀심심해. 하지만네가나를길들인다 면 내 생활은 환하게 밝아질 거야. 다른 모든 발소리와 구별 되는너의발소리를나는알게되겠지. 저기밀밭이보이지! 밀 은 내겐 아무 소용이 없는 거야. 하지만 너는 아름다운 금빛 머리카락을 가졌구나. 네가나를길들인다면밀밭이아주멋지게보일거야! 누렇게 익어가는 밀밭을 보면 너를 생각하게 될 테니까. 그리고 밀밭 사이를 스치는 소리도 사랑하게 될 거야.” 육식동물 여우에게 밀밭이란 무가치합니다. 그런 여우에게 밀밭이 아름다워 보이는 것은 어린 왕자와 관계가 맺어졌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바로 ‘길들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서로에게 단 하나뿐인 존재 사람과 사람을 연결시키는 힘, 사랑이라고 명명된 이 힘을 “어린 왕자”는 ‘길들임’이라는 측면에서 우리에게 전해줍니 다. 바쁘다는 핑계로 새로운 사람을 사귀는데 인색한 우리들 의 모습이 어린 왕자와 여우의 대화를 통해 부끄럽게 투영됩 니다. ‘길들여짐’이라고 표현된 관계 맺음은 책임을 수반하 는 것입니다. 우리 인생은 서로에게 길들여짐으로써 행복과 기쁨을 누립니다. 길들여짐은 서로에게 서로가 단 하나뿐인 존재라는 소중함을 일깨워 주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우리가맺고있는관계를생각해봅시다. 스마 트폰과 SNS 등의 발전과 더불어서 우리가 맺고 있는 관계의 폭은 예전과 비교해서 굉장히 넓어졌지만, 그 관계의 질까지 도 넓어졌는가를 생각해보면 그렇지 못한 것 같습니다. 과거보다 더 많은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는 접촉점이 있 는 반면에, 그 관계는 일시적이고, 가볍고, 또한 진지하지 못 하기 때문입니다. 서로에게 길들여지기까지 참지 못하고, 세 상과 사람들이 정해놓은 틀 안에서 습관적이고 형식적인 관 계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아진 것입니다. 아름다운 세상 길들여진다는 것 백종규 크리스찬리뷰 3 14 Christian 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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