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ydney Korean Herald
MAIN NEWS The Korean Herald 22th May 2020 A38 역병(疫病)이 세계를 할퀴며 지나가고 있다. 역병은 이전에도 많았지만 가장 큰 것은 14세기 세계인구의 3분의 1의 목숨 을 빼앗아간 흑사병이다. 당시 흑사병의 세계적유행은비단길(silk road)로열린세 계화 시대의 개막으로 인해 치러야 했던 대가였다. 그리고 21세기에 들어서 사스 (SARS, 2002년)와 메르스(MERS, 2012년) 에 이어 COVID-19로 이어지는 역병은 세계화의완성단계에서인류가다시치러 야하는여러가지대가중하나가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인류는 14세기의 흑사병 을비록 100년이넘게걸렸지만회복해내 고 아메리카 대륙의 발견, 르네상스, 그리 고종교개혁으로이어지는새로운역사발 전을 이루어냈던 것처럼, 이번 사태도 새 로운 발전의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무 엇보다 우리나라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세계화에 대한 새로운 준비와 대응이 필 요하다. 세계화가 인류의 보편적 삶의 질을 향 상한 것은 분명하다. 시장이 하나가 되고 여행이 자유로워졌고, 통신의 장벽이 사 라지며 정보화의 혜택을 누구나 누리고 있다. 각국이 가진 식량과 에너지, 그리고 자원의 정보가 공유되면서, 비록 많은 부 작용에도 불구하고, 분배가 적절히 이루 어져가고있다. 세계화는모든나라를이 중삼중으로얽히게하면서문제를복잡하 게 만들기도 하고 때로는 문제를 일으키 지 못하도록 억제하기도 하면서 끝없는 팽창을 거듭해왔다. 따라서 내가 어느 나 라와 어떤 무겟값으로 관계를 맺고 있는 지잘이해하지못하면큰낭패를볼수밖 에 없다. 더구나 관계의 무겟값이 시시각 각 변하기도 하고 그 연결이 끊기기도 하 는 것을 생각하면 관계의 복잡도는 상상 그이상이다. 당장 베트남과의 관계만 봐도 그렇다. 우리는베트남을생각하면베트남경제의 20%를감당해주는삼성전자와베트남축 구의 영웅 박항서 감독을 떠올린다. 그러 면서 베트남은 당연히 우리의 가까운 친 구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베트남 이 산업구조를 한 단계 높이려는 시도를 하면서 자동차를 만들려 하고 있고 심지 어 항공기 제작도 꿈꾸며 새로운 투자를 유치하고 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투 자순위에서4위로밀려나고있다. 이번사 태에서 보면, 우리의 기대와는 달리, 우리 나라에 대해서는 초기에 문을 걸어 잠갔 지만투자1위국인일본에대해서는끝까 지문을닫지않았다. 이런태도변화는국 제관계에서전혀놀랄만한일이아니다. 이번 사태로 인해 세계 경제가 장기간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예측이 유력하다. 지금부터 개인도 국가도 이 침체의 기간 을 누가 얼마만큼 견뎌내느냐에 따라 승 부가결정날것이다. 물건을만들어팔아 서 먹고살던 우리나라가, 내부적으로 바 이러스를조기종식시킨다고해서우리의 경제만 독자적으로 살아날 방법은 없다. 원자재의 공급이 없이는 물건을 생산할 수 없고, 물건을 만들어도 운송수단이 확 보되지 않으면 내보낼 수 없고, 구입해줄 곳이 없으면 물건을 만들 필요가 없어진 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 일시에 멈춰버린 이 세 박자가 살아날 때까지 우 리와 서로 돕고 도울 이웃이 없이는 살아 남기어렵다. 이번 사태를 같이 넘어갈 우리의 이웃 은누구일까? 그것을알려면이위기를넘 기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 지, 누가 그것을 가졌는지, 그리고 도와줄 수있는이웃인지를알아야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첫 번째는 군사적 안 정이다. 즉 북한이 군사적 위협을 멈추고 도발을 하지 않은 것이다. 세간의 예측처 럼 북한 내부의 통제 불능 상태를 경제개 방이아닌무력도발로해결하려고시도한 다면 우리의 모든 노력은 허사이다. 미국 이 막아주던, 중국이 압력을 넣던, 우리가 북한을 설득하던, 북한의 도발이 없어야 한다. 그런데북한이우리의친구인가? 중 국이 북한? 미국은 우리를 친구로 생각할 까? 두번째는자금지원이다. 우리가꺼져 가는 산업과 민생을 살리기 위해 국채를 발행한다지만 수백 조 원을 마련하기엔 어림도 없다. 당장 외국에서 들어올 돈줄 은막혔고갚아야할외채는지체할수없 으니많은현금이필요하다. 결국, 빚을내 야 하는데 현금 유동성 문제가 또 기다리 고있다. 일대일로에엄청난돈을쓰고있 고 부실화된 자국 기업들의 부채가 언제 폭발할지모른데다각국에서바이러스의 발원지로지목되어손해배상청구를받고 있는중국은제코가석자이다. 세계최대 의채무국이지만달러를찍어내며버티는 미국도지금 3천조원이라는사상최대의 현금을 풀고 있어 여력이 없다. 국가부채 비율이 240%로세계최고지만그나마좀 여유가 있을 법한 일본에게는 그간 적대 시해온 관계로 볼 때 손 벌리기에는 민망 한 상황이 되어있다. 금융지원을 빙자한 자본 빼내기의 대가인 IMF는 아마 또 기 회가 왔구나 하고 좋아할지 모른다. 중국 이 친구일까? 미국은? 일본 손을 이대로 놓아야 하나? 그럼 IMF? 세 번째는 에너 지와 식량의 확보이다. 미국의 세일가스 확보로 불거진 에너지 전쟁은 유가를 어 떻게 요동치게 할지 전망이 불투명하다. 식량을 수출하던 나라들은 이번 사태를 당하면서 수출문을 닫고 있다. 우리나라 는두가지모두가절대부족국가이다. 어 느 나라가 우리와 에너지와 식량 나누기 를 계속해줄 친구들일까? 중국의 에너지 는 충분한가? 미국은? 네 번째는 수송로 의보존이다. 우리는섬이되면서눈을세 계로 돌렸고 지금의 국가 위상을 만들어 냈다. 해상로와 항공로가 막히면 끝이다. 해상로와 항공로는 우리가 꼭 지켜야 할 대동맥과 같다. 배도 항공기도 장사 안된 다고팔아없앨수는없다. 우리는세계적 해운회사 하나를 통째로 팔아먹고 치른 대가를 기억하고 있다. 특별히 에너지와 식량을 운송할 해상로를 지켜내야 한다. 누가 우리의 에너지와 식량 해상로를 지 켜내줄수있을까? 우리에게필요한이것들을누가가지고 있나? 그들이 우리를 도와줄 친구일까? 지금의 COVID-19사태는 세계화의 최대 수혜국중의하나인우리나라에게세계화 의 장밋빛 꽃길은 끝났고 험한 돌밭길이 시작될것임을경고하면서지금이라도우 리에게 필요한 것들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친구의손을잡으라는메시지를던져주고 있다. 그런친구가있다면감정도빼고허 세도 아니고 이념도 버리고, 냉정하게 판 단하고무감정하게머리를숙여서라도손 을잡아야한다. 친구없이이길을걸어갈 수없다. 그러나우리와친구일수없는대 상을 친구로 잘못 고르면 돌밭길이 낭떠 러지길이될것이다. COVID-19 우리에게 이웃이 있나? 특/별/칼/럼 한헌수 숭실대학교교수, 전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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